2020. 6. 14. 10:01ㆍ유머
호통개그로 인기를 얻은 박명수.
비록 메인, 진행자로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만한 역량은 못 되지만
치고 나와서 웃음을 터뜨리는 데에는 좋은 기량을 가진 인물이고
그의 캐릭터는 자신을 받쳐주는 진행자(유재석)가 있을 때 빛을 발한다.
무한도전에서도 유재석이 진행하는 도중에 치고 나와서 기습적으로 웃음을 터뜨리는 패턴이 많았다.
이렇게 패널로서는 준수한 활약을 보였으나 상황을 잡아주는 인물이 없으면 붕괴된다는 것이 문제.
그래서 박명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범한 방송 가운데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봐도 좋다.
여하간 박명수 자신이 밝혔다시피 본인이 호통 개그의 원조는 아니라고 했다. 원조가 누구냐고?
이경규
성질을 내면서 좌중을 웃기는 버럭 개그의 창시자로서 박명수의 호통개그는 이경규의 벤치마킹이다.
그리고 이경규와 박명수가 호통개그의 선후배라지만 두 사람의 호통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경규는 강호동에게도 얼마든지 성질을 내지만
(해당 장면은 강호동에게 녹화시간이 너무 길다고 구박하는 장면이다.)
박명수는 강호동의 무력을 목격한 후로 강호동 앞에서는 꼼짝도 못 한다는 것.
사실 박명수는 강호동이나 이훈처럼 쎈 사람 앞에서는 금방 꼬리를 내리는 인물이다.
이훈도 초반에는 특채 출신이라고 엄청 갈구다가 이훈이 폭력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키자
"얘 열받으면 사람 패는구나." 하고 졸아서 잘해줬다는 후문이 있다.
킹경규와 네 제자들
방송계에서 최초로 자기 라인을 만든 사람이 이경규다.
현재는 톱스타로 거듭난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도 초창기에는 이경규의 서포트를 받았고
그러니까 강호동에게도 성질내는 것이 가능한 것. 그런 만큼 많은 예능인들의 존경을 받으며
예능 대부로 불린다. 그럼에도 이경규에게 대드는 게 가능한 유일무이한 방송인이 있으니
김국진!
이경규가 "나의 천적"이라고 말하는 유일한 인물이 김국진이다.
이경규가 후배들에게 회식을 제안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군말없이 "좋습니다!"를 외치는데
혼자서 그냥 집에 가버려서 이경규를 당황케 하거나 이경규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에이~ 그건 아닌 것 같다." 라고 딴지를 거는 등 이경규의 후배로 나이도 5살 어리지만
이경규랑 맞먹는 게 가능한 유일한 인물이다.
김국진을 향해서 경쟁심을 불태우는 이경규
비유하자면 이경규는 조직을 거느리는 보스,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 같은 인물이지만
김국진은 시라소니같은 독고다이, 퓨마같은 캐릭터인 것이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90년 대 후반 김국진의 전성기
인기 개그맨 1위인 김국진과 그 밑에 깔린 인물들의 격차를 확인해보자.
대한민국 연예계의 역사 전반을 통틀어서도 이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인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90년대 후반에 매주 1억 씩 벌었는데 작정하면
하루에 1억씩 벌 수도 있었지만 절제한 것이 그 정도였다고 한다.
워낙 바쁜 몸이라 수면시간이 2시간이였다는 것.
당시 김국진의 인기는 실로 대단해서 대한민국 방송계를 움직이는 네 명을 꼽으라고 하면
KBS 사장, SBS 사장, MBC 사장, 그리고 김국진이였고 방송국 PD들이 그를 모시기 위해서
김국진의 집 앞에서 일주일 내내 밤을 샜다는 것이다. 전성기의 김국진에게는 라이벌도 없었다.
전설의 국찐이 빵은
망해가던 기업을 김국진이 멱살잡고 살려낼 정도.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돈쓰는 걸 아끼지 않았다.
김수용의 신혼여행 경비를 자기가 대신 내주거나 김용만이 은퇴를 고민할 때 3천 만원을 건네주는 등
개인적으로는 카톨릭 신자라서 한달 수익의 10%를 성당에 기부했고 불우이웃 돕기도 많이 했댄다.
돈을 보관해줄 때가 없었는지 전자레인지에 수표를 차곡차곡 쟁여놓고 살았다는 일화가 있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김수용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김국진이 전자레인지를 딱 여니까
그 안에 수표가 잔뜩 들어있었고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고 어안이 벙벙해진 김수용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백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건네주며 "너 써." 라고 했다는 것.
비록 롱런하지는 못했고 90년 대 후반에 3~4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후에 사그라들었으며
이후 이혼과 골프 등으로 시련을 겪었지만, 그의 화려한 전성기를 지켜본 이경규의 입장에서
비록 후배지만 막 대하기가 어려운 게 인지상정일지 모른다. 비슷한 예로 강호동도 쿵쿵따를
할 적에는 유재석을 조지고 다녔지만 유재석이 정상급 방송인이 된 후로는 조심스러워한다.
남자의 자격을 촬영할 적에도 서로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댄다.
그런 김국진이 유일하게 이경규에게 사과하면서 머리를 숙인 적이 있었으니
남자의 자격 호주 에피소드 편에서 발생한 일이다.
당시 공황장애 증세가 심했던 이경규는 사막을 달리다가 차가 빠지는 등의
사고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무척 누적되어있었고, 이를 겨우 달래가면서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2시간을 달려서 새벽 2시에 주유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김국진이 휴게소에 가방을 놔두고 온 것.
가방에 현금과 여권 등의 중요 물건이 다 들어있어서
그거 가지러 다시 2시간을 되돌아가야 되는 상황.
완전히 뚜껑이 열려버린 이경규.
다른 멤버들이 그랬으면 그 주유소에 불이라도 지를 일이였지만
상대가 김국진이라서 성질도 못내고 혼자서 미쳐버리려고 하더랜다.
결국 2시간을 되돌아가서 김국진의 가방을 회수했지만 이경규는 패닉 상태.
양심적으로 본인이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결국 이경규에게
"형, 이런 말하기 정말 싫은데... 미안해.." 라고 사과하며 머리를 숙인 김국진.
김국진의 사과 한 마디에 이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통쾌함을 맛본 이경규.
이전까지 멘탈 붕괴 상태였는데 김국진이 미안하다고 하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더랜다.
그 후로는 천하의 김국진이 이경규에게 사과했다고 후배들 사이에서 핫이슈가 되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사이가 실제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냥 티격태격할 뿐.
정말로 사이가 나빴으면 같이 방송을 할 수가 없었겠지. 그러나 이경규가
후배 방송인 중에서 유일하게 어려워하는 사람이 김국진인 걸 보면 예능 대부라는
이경규에게도 천적은 있는 모양이다.
한줄평
누구에게나 천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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