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한명 덕분에 평생 술자리에서 안주로 쓸만한 썰을 만들고 돌아온 남자

2022. 12. 18. 19:46썰 저장소

728x90

나는 성격 자체가 평소에도 항상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편에다가

사이비를 특히 극혐하는 타입이라

 

누구든 낌새만 난다 싶으면 피해버려서

살면서 사이비랑 엮일 일이 전혀 없을줄 알았음

사이비와의 접촉은

참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갑자기 발생했는데

아주 어릴 때부터 쭉 알고지낸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었음

 

그래서 반갑게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근황 묻다가 내 이야기 쭉 들어보더니

자기가 아는 선배님들이 있는데

가서 상담 받고 인생 공부하면

크게 도움이 될거 같다

 

이런식으로 권유하길래

나도 당시 힘든일이 많아서

멘탈이 좀 많이 안 좋을 때라

기분 전환할겸 그리고 좋은 인연이 생길지도 모르니

괜찮겠다 싶어서 주말에 만나기로 함.

 

주말에 번화가에서 만났는데

카페에서 만나는게 아니라

‘공부모임 장소’가 따로 있다고 함

그래서 미로 느낌의 골목길을 따라서

계속 들어가다보니

꽤 규모가 큰 2층 주택집이 나옴.

 

처음에 보고 수많은 주택 사이에

그 집만 유난히 도드라지게 커서

나도 모르게 ‘우와..’ 소리가 나올 정도였음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바로 큰 거실이 나오는데 진짜 깜짝 놀랬음.

 

당시에 굉장히 비싸고 큰 고가의 거대한 티비와

최신 게임기 그리고 비싸보이는 쇼파와

장식품들이 한 눈에 들어옴.

 

그곳에서 한 10~15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각자 모여서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하거나

각자 할 일들을 하고 있던데

사람들 얼굴 쓱 스캔해보니

다들 평범하고 착해보여서 안심되는 분위기였음.

 

집 내부 구조도 일반 주택집과는 달리

좀 특이했는데 큰 거실이 하나 있고 방이 여러개가

동시에 보이던데 그 중에 방 하나를 골라서

문을 여니 또 방이 나오고 이런식으로

한 3개는 더 거쳐서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그런 곳을 처음봐서 참 희한하다 싶었음

친구는 내 바로 옆에 앉아있었고

좀 기다리니까 딱 봐도

진짜 너무 예쁜 여자 선배가 나왔음

약간 아이린 느낌 나는?

 

간단하게 내가 누구인지 어디 사는지 묻고

오늘 여러가지 깊고 많은 대화를 할수도 있어서

핸드폰 수거할거고 시간을 많이 보낼수도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길래

오늘 일부러 여기 오려고

일정 싹 다 비웠다고 이야기 함ㅋㅋㅋㅋㅋ

 

만족하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자기들은 학문을 연구하는 단체고

종교와는 전~혀 조금도 관계가 없다는걸

다양한 바리에이션으로 여러번 강조함.

 

그리고나서 정치 사회 경제 과학 등등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동화 들려주듯이

매우 빠르게 계속 쏟아내는데

당시 아이린 닮은 여자 선배에게

나는 완전히 신뢰하면서 열린 마음의 자세였기에

바다에서 유영하며 파도에 몸을 맡기듯이

반쯤 홀린 것처럼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듣고 있었음

 

그렇게 1시간이 좀 지나서

슬슬 빌드업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우주 이야기를 시작함

우주는 굉장히 심오하고 복잡해서

인간의 능력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더니 나보고 인간이 우주 전체중에

몇퍼나 파악할거 같냐고 물으면서

인간이 파악할 수 있는 정도는

0.0005% 밖에 안된다고 이런식으로 말함

 

나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우주가 어디까지 있는 줄도 모르면서

몇퍼인지 저런 수치를 어떻게 산정할거며

수치도 근본 없어보이고

심지어 근거도 이야기를 안 하네 라고

속으로 의심하기 시작함.

 

이런 식의 궤변을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척 끝없이 나열해서

정신을 쏙 빼놓는게 수법인듯

그러면서 이 파악할 수조차 없는

무한한 우주 세계에서 우리가 이렇게 만난거는

거대한 알 수 없는 흐름을 내가 따라온거고

그에 따라 오늘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 있다고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내가

“제가 오늘 해야만 하는 일이 뭔가요?” 하고 물으니까

한 10초 정도 정적이 흐르더니

내 앞에다가 한자 4글자로 무언가를 적었음

“侍運致誠”

처음에 이게 뭐지? 싶었는데 읽어보니

‘시운치성’ 이였고

나는 이걸 알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음

당시에도 인터넷에서

사이비 행동패턴 유머글 같은게 떠돌았고

이 사이비의 주요 특성은

‘불의기운’을 언급한다 ‘시운치성’을 언급한다

이런거였는데

 

이걸 며칠전에 봤던 기억이 퍼뜩 났던거임

당시에 내가 설마설마하면서

‘이거 혹시 시운치성.. 인가요?’ 하니까

그 여선배가 깜짝 놀라면서

이걸 어떻게 읽을 줄 알았냐면서

여기 온 사람중에 내가 2번째라고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내가 전생에 장군이였는데

나라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한건 맞지만

사람을 너무 많이 죽였고

때문에 업이 많이 쌓였는데

그래서인지 눈을 보면 ‘화기'(불의기운)가 느껴진다

(키워드 2번째 등판;)

그래서 이걸 오늘 풀어내지 않으면

평생 큰 고통을 받을거고

제를 지내야 한다고 함 ㅅㅂㅋㅋ

 

이제 이들이 사이비라는걸 확실하게 깨달았고

나는 속으로 아 조졌네~ 이거 탈출해야된다

이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는데

여선배 역시 눈치가 엄청 빨랐는지

내가 눈치 깠다는걸 알아챈거 같았음

그래서 말로 현혹하던걸 멈추고

나를 다짜고짜 일단 제를 지내러

2층으로 가자고 엄청 들러붙기 시작함

 

나는 당연히 그딴걸 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고

이만 가보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방을 몇개 지났는데 너무나 소름돋게도

아까 평온한 표정으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180도 적대적인 표정과 공격적인 자세로

내가 못 나가게 문 근처에 둘러싸서

길을 막고 있었음;

 

나는 엄청 당황했지만

‘설마 나를 어떻게 하겠어?’ 라는 생각에

일단 지나가려고 하니까

그중에 덩치가 있는 남자 몇명이

내 앞으로 오더니

여기까지 와서 왜 그냥 가려고 하냐고

인상을 팍 쓰면서 위협적으로 행동하기 시작.

 

속으로 ‘와 .. 이거 진짜 위험한 상황 아닌가?’

이러면서 엄청 당황했는데

슬쩍 여선배가 옆에서 일단 2층에 같이가서

어떤지 한번 보기라고 해보자면서

살며시 회유하는데

일단은 당장 어찌할 방법도 없고

말을 따르는척 하다가 기회를 보는게 좋을거 같아서

그들이 강제로 끌고 가려는 2층으로

두렵지만 함께 발걸음을 향했음

 

그나마 밝았던 1층과는 달리

2층으로 가는 계단 통로는

분위기부터 범상치 않았음

점점 계단을 하나하나 올라갈수록

불그스름하면서도 어두운 조명이 은은히 비치는데

마치 내가 점점 어둠으로 먹혀든다는

이상한 기분까지 들 정도의 묘한 분위기였음

 

여선배는 내가 돌발 행동이라도 할까봐

잡아둘 심산이였는지 옆에서 팔을 잡았고

내 앞과 뒤는 그 사이비 신도들이

마치 죄인을 호송하듯이 감시하면서 끌고 가는데

발걸음을 하나하나 옮길 때마다

‘내가 여기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과 걱정만 그냥 계속 커져가는데

 

실제로 그 상황 겪고 있으니까 ㅈㄴ 무섭더라ㅋㅋ

도착하니까 2층에도 거실이 하나 있고

방이 또 여러개가 있었는데

거실 역시 조명이나 분위기가

계단 통로와 상당히 유사한 느낌이였고

심지어 창문도 전혀 없었음.

 

무슨 향을 피운건지 약간 연기가 자욱한듯했고

가슴이 살짝 답답한 기분이 들었음

현대적인 1층의 분위기와는 180도 다르게

한복을 포함한 전통적인 옷들과

제를 지내는 촛대나 장신구 등 같은 것들

한자로 휘갈긴 종이들 이런게 군데군데 보였고

거실을 지나서

그 중에서 방을 하나 골라서 같이 들어감.

 

그 방에는 마치 으리으리한

큰 종갓집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크게 꾸며놨는데

상도 엄청 크고 차린 음식도 20가지?는

되어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해서 놀랐음

여선배가 상을 가리키면서

여기에서 의식을 치르면 되는거고

나보고 갑자기 뜬금 목욕을

마지막으로 언제 했냐고 물어봤음

나는 순간적으로 ‘아! 목욕을 해야

제를 지내는거니까 지저분하면 못하겠구나!’

싶더라고.

머리를 잘 쓰면 일정이 미뤄지든

목욕탕을 다녀오든 어떻게든 틈이 생길거 같았고

목욕한지 열흘이 넘었다고 거짓말 하니까

 

‘예?’ 하고 깜짝 놀라면서

사람들 표정이 약간 “아 더러운 새1끼..”

같은 표정이더라고

친구도 약간 당황하더니

나름 나 쉴드 쳐줄 생각이였는지

옆에서

“얘가 원래 물절약 하는게 버릇이라 그래요..”

라고 하던데 그냥 닥쳤으면 좋겠었음.

 

심지어 그 정도면 목욕재계는 꼭 해야하니

여기에 마련된 욕실에서

씻고 오면 된다고 이야기해서

잔머리는 실패하고 굴욕만 그대로 얻음 ㅅㅂ..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 건물에서 씻으면

몰카 같은거 몰래 욕실에 설치해놔서

내 알몸 몰래 촬영해서

자기들 말 안 들으면 협박할 수도 있겠다

생각이 퍼뜩 들음

 

그래서 물 아깝다고 아직 씻는날 3일 남았다고

내가 완강히 거부하니까

거기 신도가 뒤에 따라온 친구를 가르키면서

‘우리가 너한테 이상한걸 시키는게 아니다.

니 친구도 이거 똑같이 다 한거다.

안 할 이유가 도대체 뭐냐?’

이런식으로 압박해오기 시작함.

 

안 씻었다 드립 같은 잔재주 말고

어떻게든 근본적으로 이 상황을

모면할 변명거리를 생각하기 시작했음

그래서 첫번째로 떠올린 방법은

금전적인 문제를 핑계로 대는거였음

나는 집도 가난하고 또 학생이라서

돈이 하나도 없다

 

이런거 하려면 돈을 내야하지않나

그래서 나는 갚을 능력이 없어서 안된다고

2주마다 한번 씻는거 보면 모르냐고

엄청 울것처럼 불쌍한 연기를 하면서

첫번째로 구라핑을 찍어봤는데

이 사람들이 순간 좀 당황하는듯 싶더니

자기들끼리 뒤에서 속닥속닥 뭐라뭐라 하다가

큰 결단을 내렸다는듯이

 

나한테만 특별히 ‘공짜’로

이 제를 지낼 수 있게 해주겠다는거임(??)

속으로 뭐지 이 사람들 이걸 빌미로

나한테 돈을 갈취하는게 목적 아니였나?

아 그게 아니라면 나를 포섭해서

그냥 신도로 만들 생각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전략을 다시 바꿨음.

 

그래서 두번째로 떠올린 방법은

기독교 방패를 핑계로 대는거였는데

나는 사실 모태신앙에다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고 (사실 무교임;)

여기서 제를 지내는거는

목사님에 대한 배신

부모님에 대한 배신

같은 신자들에 대한 배신이라 안된다

 

정 지내야 한다면 내가 일단 모두에게

‘허락’을 받고 된다고 하면 그때 하겠다고 뻥을 침

이새1끼들도 진짜 빡대가리인게

이쯤이면 일부러 거짓말 하는거 눈치채야 되는데

또 자기들끼리 속닥속닥 하더니

이 제는 오늘 반드시 지내야 하는거고

오늘이 지나면 무조건 효력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들어줄 수 없다고 함.

 

세번째로 떠올린 방법은 계속 저 자세였으니까

한번 쌔게 나가면서 논리로 부딪히는건데

‘아니 내가 당신들이 나 도와주려는건 알겠는데

내 인생 잘되든 망하든 내가 알아서 하는거고

나는 지금 이거를 하기 싫은건데

왜 강제로 나를 이렇게 묶어두는거 옳은 행동이냐?

이런 행동들이 정녕 당신들이 섬기는

신이 바라는게 맞는거냐?’ 이런식으로 항변함

 

약간 살짝 사람들이 당황하는 표정이 보였지만

약간 네임드 같은 신도 아줌마가

뭐 나 같이 불쌍한 인간들의 길을 풀어줘야

자기들도 공덕을 쌓고 이득이 된다

너도 이거 한번 그냥 하면 되는거 아니냐

너한테도 좋은건데 왜 자꾸 고집 부리냐고 함

 

버티기 하면서 이런 설전이 쭉 오고가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나를 계속 포위하듯이

구석에 몰아놓고 둘러싸면서

위협 및 회유를 반복하면서 장시간 줄다리기를 함

그러다보니 덩치큰 남자가 나를 보다 못해

짜증났는지 갑자기 성큼성큼

한복을 들고 오더니 그냥 목욕도 하지말고

바로 입혀서 해버리죠 하는데

진짜 무서웠음.. ㅅㅂ

 

당시 나는 핸드폰도 빼앗겼고

심지어 여선배한테 오늘 일까지 없다고

자백까지 시원하게 했던지라

내가 도움을 요청할 방법도 없고

도우러 올 사람도 없다는게 알려진 상황이고

건물 깊숙한 곳에 박혀있는데다

 

여러 사람들한테 위협적으로 둘러싸여 있는지라

말로 설득해도 방법이 없었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든게 굉장히 절망적인 상황이였음

진짜 내가 더 버티다가

이 사람들이 날 보복성으로

어떻게 살해하고 묻어버릴지도 몰랐고

실제로 그런 비슷한 느낌의

뉴스를 본 기억까지 있어서 마음이 너무 불안했음

 

나는 사이비를 어릴 때부터 극혐하는 성격이고

이들이 하자는대로 해버리면

마치 내 평생을 지켜온 신념이

사이비에 굴복하고 패배하는 기분이 들어서

사실 그냥 대충 한번

어울려서 해주고 나온뒤에 런하면 되는건데..

아무튼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단은 버티고 있는데

창문도 없고 시계도 없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수는 없지만

몇 시간이나 지난건 틀림없을 정도로

꽤나 시간이 지났고

 

밥도 못 먹고 공포에 떨면서

신경이 잔뜩 곤두섰느라 점점 지쳐가고 있었음

그러다가 갑자기 일이 발생했는데

갑자기 저 멀리 계단에서

‘쿵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키가 185-190 정도 되는듯한

험상궂으면서도 묘하게 생긴 양복입은 남자가

사람들을 헤치더니

내 앞에 딱 서서 나를 무섭게 노려보기 시작함.

확실히 이전까지의 신도들과는

여러모로 많이 다른 느낌을 줬음

일단 키도 엄청 크고

인상도 무서운데다가

확실히 분위기까지 사뭇 다르긴해서

처음 수십초간 말없이 나를 노려보는데

 

제대로 보지 않아도 위압감이 강하게 느껴졌음..

누구라고 말은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행색이나 사람들 반응을 보아하니까

아마 신도 내에서 상당히 고위급 혹은

지부장 느낌 정도로 높은 위치 같았음

그렇게 말없이 노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이 좋은걸 도대체 왜 안 하냐

 

너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시간 노력을 하고 있는거 안 보이냐’

그런식으로 나를 막 비난하는데

심지어 욕설까지 섞어가며 뭐라하기 시작함;

나는 ‘아니 진짜 미친거 아니야?

누가 해달랬냐고요 난 나가고 싶을뿐인데

그냥 내보내달라고!’

라고 속으로는 같이 화냈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음.

 

그렇게 한 10분 정도

험한말 무서운말 나쁜말 섞어가며

협박인지 설득인지

미묘한 느낌의 일장연설을 하더니

그냥 다시 방을 휙 나가버렸음;

나는 기운도 거의 다 빠져서 약간 벙- 쪄있고

여선배랑 여자 신도는 계속 나한테

복잡하게 생각할거 없고 그냥 한번 하자고

끊임없이 지겹게 회유하는데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포섭하는데 역할을 나눠서

채찍은 남자 당근은 여자

이렇게 역할을 나눠놓은거 같음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흐르면서 버티고 있는데

어느순간 상황이 조금씩 변해가는걸 감지함

아까는 남여 포함해서

15명 내외의 인원이 방안이랑 문밖에서 있었는데

방금 고위신도 같은 사람이 오고 간 뒤로

인원이 조금씩 빠지는게 보이고

특히 남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걸 발견함

그리고 아까 나에게 온전히

집중이 몰리던 분위기와 다르게 뭔가 부산하고

가만히 들어보니 차 시동 걸어놓고

대기할때나는 탈탈탈 소리가 희미하게 나는거임

생각해보니까 마침 때도 주말이니까

행사인지 예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이 지금 어딘가에 가야하는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함

 

조금만 버티면 사람들이 더 줄어서

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 싶었고

나한테 온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집중하던 초반과는 달리

나 새1끼가 꼴통이라

설득은 안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지쳐보이고 지겨워하고

보는둥마는둥 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친구한테 슬쩍 눈짓과 입모양으로

‘폰! 폰! 폰!’ 이렇게 메세지를 보냈음

진짜 다행인게 친구가 아직 제정신이라

사이비말고 나를 도와주려고 하더라.

 

그리고 슬쩍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고

이제 2층에는 몇명 남아있지도 않은 상황에

죄다 여자뿐이더라고.

슬쩍 간을 볼겸 일어나서

아무말 없이 최대한 자연스러운척

눈치보면서 문 밖으로 슬쩍 나갔는데

다들 다른데보고 딴짓하면서

놓친건지 포기한건지 그건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를 안 잡는거.

 

그래서 어어? 왠지 이때다 싶어서

바로 2층 거실을 지나 계단까지와서

밑으로 조심조심 슬쩍 내려가며

빼꼼 밑을 보는데 처음 올라왔을 때는

북적북적했던 공간이

물건들이 널부러진채로 텅텅 비어있는거임

속으로 아 이거 갔다 갔어

나갈거면 지금 나가야된다 싶어서

1층에서 폰들고 대기하던 친구랑

합류해서 바로 밖으로 부리나케 튀어나감

나 못가게 하려고 신발까지 치워버렸으면

맨발로라도 도망갈 생각이였는데

신발은 있더라..

 

글로써서 이렇게 간단하지만

진짜 발 한걸음 옮길 때마다

심장이 쿵쿵하면서 떨리고

시선으로 조심히 살피면서 이동하는 1초의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질 정도였음

특히 아까 남자들이 ‘어디가!’ 하면서

나타날까봐 너무 무섭더라.

아까 차 소리도 내가 생각했던게

딱 맞았던게 나갈 때 보니까

새까만 중형 봉고차 3~4대가

근처에 줄지어서서 대기하고 있었음

다행히도 그날 밤에

그 신도들이 어딘가 가야할 곳이 있었던거임

만약에 그런 상황이 아니였다면

계속 잡혀있었을 거임.

 

아무튼 굉장히 위기상황이였지만

다행히도 본거지에서 탈출했고

밖에 나와서야 알았는데

아침 이른 시간에 도착했었는데

결국 어둑어둑 해 넘어갈 때까지

거의 12시간을 거기에 갇혀서

씨름했던거였더라 ㅅㅂ..

탈출은 무사히 끝났지만

이제 진짜 중요한 문제가 하나 남았는데

바로 ‘친구’였음

이 친구가 이 사이비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얼마나 엮여있는지

내가 과연 얘를 설득해서

그 구렁텅이에서 건져낼 수 있는지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같이 걸으면서

한참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음

‘여기 이 사람들이랑 알고 지낸지 얼마나 됐어?’

라고 물어보니까 1~2달 정도 됐대

아 그러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같이 역까지 가면서

내가 아는 모든걸 다 이야기하면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기 시작함

이 사람들은 누구며

내가 왜 이들을 사이비라고 판단했는지ㅈ

그 이유와 수법들

인터넷에 찾아보면 다 나온다

연락 다 끊고 두번다시 엮이지도 말아라

이런 것들..

 

얘랑 아주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라서

정말 마음을 담아서 절절하게 설득했고

다행인건 친구가

“뭐래 ㅅㅂ롬아 나도 좃될뻔 했는데” 라고 함

요즘은 사이비 많이 없지 않냐? 하는 사람 많은데

절대 아님.

728x90